'그리고'는 곱하고 '또는'은 더한다: 확률의 두 기본 규칙

'그리고'는 곱하고 '또는'은 더한다: 확률의 두 기본 규칙

회원가입 퍼널을 새로 짰다고 하자. 첫 화면을 넘는 사람이 60%, 거기서 다음 화면까지 또 50%. 그럼 두 화면을 다 넘는 사람은 몇 퍼센트일까? 얼른 60 더하기 50 해서 110%라고 답하고 싶어지지. 근데 딱 봐도 어딘가 이상하지. 여기선 더하는 게 아니라 곱해야 하거든. 그런데 이번엔 카드 한 장을 뽑아서 하트 또는 스페이드가 나올 확률을 물어봐. 이건 반대로, 곱하는 게 아니라 더해. 똑같은 확률을 두고 언제는 곱하고 언제는 더하고, 딱 여기가 확률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미끄러지는 자리야. 근데 겁먹지 마. 이거 헷갈렸다고 네 머리를 탓할 것 없어. 왜 곱하고 왜 더하는지 그 이유 하나만 잡으면 두 번 다시 안 헷갈리거든. 확률은 원래 이 두 개면 된다. 그리고는 곱하고, 또는은 더한다.

자, 방금 그 퍼널을 숫자로 제대로 깔아보자. 이메일 입력 화면에서 다음 버튼까지 60%가 넘어오고, 거기서 본인 인증까지 다시 50%가 넘어온다. PM이 묻는다. “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은 몇 퍼센트야?”

디자이너: “60% 넘고 또 50% 넘으니까, 더하면 110%야?”

PM: “100% 넘는 전환율이 어딨어. 곱해서 30%야.”

디자이너: “왜 더하는 게 아니라 곱해?”

PM: “단계를 겹치면 경우가 격자로 불어나거든. 그 칸을 세는 게 곱셈이라 그래.”

봐, 여기서 60이랑 50을 더해서 110%라고 답하면 큰일 난다. 생각해봐. 전환율이 100%를 넘어? 그런 게 세상에 어딨어. 정답은 곱해서 30%다. 반대 경우도 있어. 이번 프로모션에 반응할 사람은 신규 가입자거나 휴면 복귀자인데, 신규가 20%, 복귀가 5%라고 하자. 둘 중 하나에 걸릴 확률은? 이번엔 곱하는 게 아니라 더해서 25%다.

같은 퍼센트인데 한 번은 곱하고 한 번은 더한다. 헷갈리지? 근데 이걸 언제 곱하고 언제 더하는지 통째로 외우려고 하니까 자꾸 틀리는 거야. 외우지 마. 왜 ‘그리고’는 하필 곱이고 ‘또는’은 하필 합인지, 그 이유만 잡으면 두 번 다시 안 헷갈려. 이유를 보려면 곱셈이랑 덧셈이 원래 뭘 세는 연산이었는지부터 돌아가야 해.

‘그리고’가 곱인 이유: 경우가 격자로 불어난다

곱셈부터 가자. 자, 3 곱하기 2가 뭐였지? 초등학교로 잠깐 돌아가 보자. 2를 세 번 더한 거야. 곧 2개짜리 묶음이 세 개. 그림으로 그리면 가로 3칸 세로 2칸짜리 격자, 그 칸이 몇 개냐를 세는 거지. 곱셈은 원래 이렇게 격자의 칸을 세는 연산이야. 가로로 몇, 세로로 몇, 그럼 칸은 그 둘을 곱한 만큼. 기억해, 곱셈은 격자 세기다.

그럼 ‘그리고’가 왜 곱이냐. ‘그리고’가 정확히 이 격자를 만들거든. 봐봐. 동전을 두 번 던진다고 하자. 첫 번째 동전이 앞 아니면 뒤, 두 가지지? 그 각각에 두 번째 동전이 또 앞 아니면 뒤, 두 가지가 붙어. 그래서 나올 수 있는 경우는 2 곱하기 2, 네 가지야.

두 번째 동전첫 번째 동전앞앞앞뒤뒤앞뒤뒤
첫 동전 2가지 × 둘째 동전 2가지 = 네 칸. 둘 다 앞면(그리고)은 그중 한 칸이다.

둘 다 앞면인 경우는 이 네 칸 중 딱 한 칸이야. 그래서 확률이 4분의 1이지. 자, 여기가 핵심이다. 우리가 2분의 1 곱하기 2분의 1 하라고 외운 게 아니야. ‘그리고’로 두 번을 겹치니까 경우가 2 곱하기 2 격자로 불어났고, 그 칸 수를 세는 게 원래 곱셈이라서 곱이 튀어나온 거야. 조건을 하나 더 걸 때마다 격자에 층이 하나씩 더 쌓이고, 칸 수는 그만큼 곱해져. ‘그리고’가 곱인 이유, 이게 전부다. 별거 없지?

비율로 옮겨도 똑같아. 격자를 잘게 쪼개서 넓이로 보면, 가로가 전체의 60%, 세로가 그 안에서 다시 50%인 직사각형의 넓이는 0.6 곱하기 0.5, 곧 30%다. 칸을 세든 넓이를 재든, 두 조건을 겹치면 곱. 똑같아.

넓이로 그리면 이래.

전체 100%가로 60%세로 50%30%0.6 × 0.5두 조건을 겹친 넓이 = 곱
가로로 전체의 60%, 그 안에서 세로로 다시 50%를 떼면 넓이는 0.6 × 0.5 = 30%. 두 조건을 겹치면 곱이다.

그래서 맨 앞의 퍼널이 곱이었던 거야. 100명이 들어와 60%가 다음으로 넘어가면 60명, 그 60명의 50%가 인증까지 가면 30명. 여기서 놓치기 쉬운 거 하나. 두 번째 50%는 처음 100명이 아니라 살아남은 60명 기준이야. 단계를 겹칠 때마다 격자가 한 층씩 쌓이는 거랑 같아서, 비율이 곱해지면서 자꾸 좁아지는 거지.

각 단계가 앞 단계를 통과한 사람 중에서 다시 비율을 떼기 때문에, 전환율은 더하는 게 아니라 곱하며 좁아진다

‘또는’이 합인 이유: 안 겹치는 칸을 모은다

이제 덧셈으로 넘어가자. 덧셈은 또 원래 뭐 하는 거였지? 이것도 초등학교 산수야. 사과 3개 담긴 접시랑 2개 담긴 접시를 한 바구니에 부으면 5개. 덧셈은 따로 있던 걸 한데 모아 세는 연산이야. 곱셈이 격자를 만드는 일이었다면, 덧셈은 무더기를 합치는 일이다. 이 차이 기억해.

무더기로 그리면 이래.

3개+2개=5개 (안 겹치니 그냥 합)
3개짜리 무더기와 2개짜리 무더기를 한데 부으면 5개. 서로 안 겹치는 무더기를 합치는 게 덧셈이다.

그럼 ‘또는’이 왜 합이냐. ‘또는’이 정확히 이 모으기거든. 주사위를 한 번 던져서 1 또는 2가 나올 확률을 보자. 나올 수 있는 눈은 여섯 가지, 곧 여섯 칸이야. 그중 1인 칸이 하나, 2인 칸이 하나.

주사위 한 번에 나올 수 있는 여섯 칸1234561의 칸 + 2의 칸 = 안 겹치는 2칸
여섯 칸 중 1의 칸과 2의 칸. 한 번에 1이면서 2일 수는 없으니 두 칸은 겹치지 않는다.

이 두 칸은 서로 안 겹쳐. 왜냐고? 주사위 한 번에 1이면서 동시에 2일 수는 없잖아. 그치? 겹치지 않는 두 칸을 한 무더기로 모으면 두 칸이고, 그래서 확률은 6분의 2, 곧 6분의 1 더하기 6분의 1이야. ‘또는’이 합인 이유가 이거다. 서로 안 겹치는 경우들이니까 무더기를 그냥 합치면 되고, 무더기를 합쳐 세는 게 원래 덧셈이거든.

프로모션도 똑같아. 한 사람이 신규이면서 동시에 복귀자일 수는 없다면, 신규 집단이랑 복귀 집단은 겹치지 않는 두 무더기지. 20%짜리 무더기랑 5%짜리 무더기를 합치면 25%. 안 겹치니까 그냥 더하는 거야.

한 문장으로: 곱은 격자, 합은 무더기

자, 두 이유를 나란히 놓으면 딱 대칭이 보여. ‘그리고’는 두 조건을 겹쳐서 경우를 격자로 만들고, 격자의 칸을 세는 게 곱셈이라 곱한다. ‘또는’은 겹치지 않는 경우들을 무더기로 모으고, 무더기를 합쳐 세는 게 덧셈이라 더한다. 그러니까 곱이냐 합이냐 헷갈릴 때, 딱 하나만 물어봐. 나 지금 두 조건을 겹쳐서 격자를 만들고 있나(곱), 아니면 안 겹치는 경우들을 모으고 있나(합). 이거 하나면 돼.

방향도 반대야. 확률은 0이랑 1 사이의 값이잖아. 1보다 작은 두 수를 곱하면 결과는 둘 중 어느 것보다도 작아져. 그래서 ‘그리고’로 조건을 겹칠수록 다 만족하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지는 거야(격자 속 한 칸). 반대로 겹치지 않는 무더기를 더하면 전체는 각 무더기보다 커지지. ‘또는’으로 경우를 늘릴수록 그중 하나라도 걸릴 가능성은 올라가고.

이건 관찰이 아니라 정의에서 나온다

여기서 하나만 짚고 가자. 방금 곱이랑 합의 이유를 동전이랑 주사위로 봤지. 근데 오해하기 쉬운 게 있어. 이건 동전을 수백 번 던져보니까 곱하는 게 맞더라, 하고 알아낸 규칙이 아니야. 동전 그림은 증거가 아니라 그냥 삽화다. 사례가 두 개든 백 개든 규칙의 참·거짓은 조금도 안 달라져. 이게 실험으로 알아낸 경험 법칙(귀납)이랑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야.

곱이랑 합이 참인 이유는 관찰이 아니라 말의 뜻에서 곧장 따라 나와. 이런 걸 연역이라고 해. ‘또는’이 합인 건 거의 정의 수준이야. 확률을 세울 때 겹치지 않는 경우들의 확률은 더한다를 아예 출발 규칙으로 깔고 시작하거든. ‘그리고’가 곱인 것도, 서로 독립인 두 사건의 확률을 곱한다는 게 사실 독립이라는 말의 뜻 그 자체야. 앞 사건이 뒤에 영향을 주는 경우엔 곱셈이 조건부 확률의 정의에서 한 단계 계산으로 따라 나오고. 어느 쪽이든 세어보고 발견한 게 아니라 정의에서 뚝 떨어지는 결론이다.

그럼 이 이야기에서 관찰이 끼어드는 데는 어디냐. 딱 한 군데야. 이 규칙을 현실에 갖다 붙이는 순간이다. 이 진짜 동전이 정말 반반인지, 두 번의 던지기가 정말 서로 독립인지, 신규랑 복귀가 정말 안 겹치는지는 세상을 관찰해야 아는 경험의 문제야. 수학은 독립이면 곱한다까지만 공짜로 보장해주고, 눈앞의 그 동전이 그 전제를 만족하는지는 데이터가 답하는 거지. 그래서 바로 다음 함정 이야기가 사실 이 경계에 관한 거야. 전제가 깨지면 연역도 같이 깨지니까, 곱하기 전에 독립인지, 더하기 전에 안 겹치는지부터 확인해야 해.

함정: 전제를 안 지키면 규칙이 깨진다

여기까지가 뼈대야. 거의 다 왔어. 근데 두 규칙에는 각자 숨은 전제가 하나씩 있고, 그걸 놓치면 답이 틀어진다. 여기서 많이들 헛발 딛으니까 한 번만 더 보고 가자.

곱셈의 전제부터. 비율끼리 그냥 곱하려면, 뒤 단계의 비율이 앞 단계를 통과한 집단 기준이어야 해. 퍼널에서 두 번째 50%는 처음 100명이 아니라 살아남은 60명 기준이었지. 이 조건이 이미 지켜져 있어서 곱셈이 성립한 거야. 동전처럼 앞 사건이 뒤에 아무 영향을 안 주는 경우(독립)라면 이 기준은 신경 쓸 것도 없이 원래 비율을 그대로 곱하면 돼. 근데 앞 사건이 뒤 확률을 바꾸는 경우라면, 뒤의 비율을 반드시 앞을 통과한 다음의 비율로 바꿔서 곱해야 한다.

덧셈의 전제는 안 겹침이야. 두 무더기가 겹치는데 그냥 더하면, 겹친 부분을 두 번 세게 돼. 카드 한 장을 뽑아서 하트이거나 그림카드(J, Q, K)일 확률을 보자. 하트는 13장, 그림카드는 12장이야. 그냥 더하면 25장이지? 근데 하트이면서 그림카드인 카드(하트 J, Q, K) 3장을 양쪽에서 한 번씩, 그러니까 두 번 센 셈이야. 그래서 겹친 3장을 한 번 빼줘야 해.

P(하트 또는 그림카드) = P(하트) + P(그림카드) − P(하트이면서 그림카드)
                      = 13/52 + 12/52 − 3/52
                      = 22/52

이걸 포함배제(inclusion–exclusion)라고 불러. 이름은 거창한데 뜻은 별거 없어. 겹치는 걸 두 번 넣었으니 한 번 빼서 바로잡는다, 이게 다야. 앞의 주사위랑 프로모션에서 그냥 더할 수 있었던 건 칸이 서로 안 겹쳤기 때문이고.

예시 문제

자, ‘그리고’는 격자라 곱하고 ‘또는’은 무더기라 더한다는 거 봤지. 포함배제까지 왔고. 이제 직접 두 개만 풀어보자. 방금 배운 거에서 한 발도 안 벗어나니까 겁먹지 마.

문제 1. 주사위를 던지는 두 상황이야. (가) 한 번 던져서 2 또는 5가 나올 확률은? (나) 두 번 던져서 두 번 다 6이 나올 확률은?

직접 한번 해보고 내려와. 풀이 간다.

풀이. 먼저 (가). ‘또는’이지? 그럼 물어봐. 안 겹치는 무더기를 모으는 건가. 주사위 한 번에 2이면서 동시에 5일 수는 없잖아. 두 칸은 안 겹쳐. 그러니 그냥 더해. 6분의 1 더하기 6분의 1 = 6분의 2, 곧 3분의 1이야.

이제 (나). 이건 ‘그리고’야. 첫 번째도 6, 그리고 두 번째도 6. 두 조건을 겹치는 거지. 격자를 만드는 거니까 곱해. 6분의 1 곱하기 6분의 1 = 36분의 1이야.

봐, 같은 주사위인데 (가)는 또는이라 더해서 3분의 1, (나)는 그리고라 곱해서 36분의 1이야. 곱했더니 훨씬 작아졌지? 조건을 겹칠수록 다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어진다는 그 얘기 그대로야. 딱 하나만 물어봤을 뿐이야. 겹치나, 모으나.

문제 2. 캠페인 도달 규모를 세는 거야. 사용자 1000명 중 앱 푸시를 받은 사람이 400명, 이메일을 받은 사람이 500명, 둘 다 받은 사람이 200명이야. 둘 중 하나라도 받은 사람은 전체의 몇 퍼센트일까?

직접 한번 해보고 내려와. 풀이 간다.

풀이. ‘하나라도’니까 ‘또는’이지. 그럼 더하면 되겠네? 근데 잠깐. 여기서 그냥 400 더하기 500 하면 큰일 나. 왜? 두 무더기가 겹치거든. 둘 다 받은 200명이 앱 푸시 쪽에서 한 번, 이메일 쪽에서 또 한 번, 두 번 세어졌잖아.

그래서 포함배제야. 겹친 200명을 한 번 빼줘.

앱 푸시 또는 이메일 = 400 + 500 − 200 = 700명

1000명 중 700명이니까 70%야. 만약 겹친 200명을 안 빼고 900명이라 했으면? 도달 규모가 200명이나 부풀려진 거지. 겹치면 두 번 센 걸 한 번 빼라, 이거 하나면 돼. 봐, 풀리지?

디자이너가 이걸 알아야 하는 이유

퍼널 전환율이 곱이라는 사실 하나가 실무에서 진짜 많은 걸 설명해줘. 단계마다 비율을 곱하니까, 단계가 늘수록 완주율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떨어져. 각 단계가 80%면 제법 괜찮아 보이지? 근데 다섯 단계를 거치면 0.8을 다섯 번 곱해서 약 33%밖에 안 남아. 그래서 단계 하나를 줄이거나 한 단계의 전환율을 몇 퍼센트포인트만 올려도, 곱해지는 구조 안에서는 전체가 확 달라지는 거야. 가입 단계를 한 칸 줄이자는 제안이 왜 그렇게 힘이 센지, 여기서 나온다.

세그먼트를 합칠 때는 반대로 덧셈이지. 근데 이때는 겹침을 조심해야 해. 이 캠페인 도달 사용자가 앱 푸시를 받은 사람이거나 이메일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자. 두 채널을 다 받은 사람을 안 빼고 그냥 더하면 도달 규모가 부풀려져. 겹친 무더기를 두 번 센 거라, 중복을 안 뺀 합은 언제나 실제보다 크거든.

자, 정리하자. ‘그리고’는 경우를 격자로 겹쳐서 곱하고, ‘또는’은 안 겹치는 무더기를 모아서 더한다. 곱에는 뒤 비율이 앞을 통과한 기준이라는 전제가, 합에는 서로 안 겹친다는 전제가 하나씩 붙고. 곱하냐 더하냐 헷갈릴 때는 진짜 딱 하나만 물어봐. 나 지금 격자를 만들고 있나, 무더기를 모으고 있나. 봐, 별거 아니지? 공식 외울 것도 없이 여기까지 온 거야. 겁먹었던 게 억울할 정도잖아.

확률이라는 값 자체가 뭘 뜻하는지, 왜 10%가 열 번에 한 번을 보장하지 않는지는 다른 글에서 다뤘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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